쥬만지 (Jumanji, 1995)
감독 : 조 존스톤
출연 : 로빈 윌리암스, 커스틴 던스트, 데이빗 알란 그리어 등
쥬만지 속 과거와 현재
이 영화는 주인공 알렌의 어린 시절 모습으로 시작된다. 알렌의 아버지는 그 지역에서도 신발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부와 명예를 갖춘 인물인데 정작 아들인 알렌은 이리저리 얻어 맞고 다니고 하는 일마다 실수를 연발한다. 어느 날 알렌은 아버지의 공장에 갔다가 본인의 실수로 공장의 기계를 망가뜨리게 되었는데 엄격한 아버지에게 혼나는 것이 무서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지 못한다. 그런 알렌의 사정을 알고 있던 공장의 직원은 알렌 대신 자신이 부주의하여 벌어진 사고라고 하고 공장에서 쫓겨나게 된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애꿎은 공장 직원이 대신 피해를 봤다는 것에 알렌은 무거운 마음으로 공장을 나온다. 그런 알렌의 귀에 둥둥둥둥 거리는 북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를 찾아가 보니 흙 속에 묻힌 게임판을 발견하게 된다.
그날 저녁 알렌에게 아버지는 기숙사 학교로 들어가라는 말을 듣게 되고 항상 자신에게 엄격하고 강압적인 아버지에게 모진 말을 퍼붓게 된다. 어린 알렌은 그저 부모님이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해주고, 따뜻하게 보듬어주기를 바랐던 것 같은데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알렌이 너무 귀하기에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질게 대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부모님은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서고 마침 알렌을 찾아온 소꿉친구 사라와 함께 알렌은 공사장에서 가져온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쥬만지라는 이름의 이 게임은 단순한 게임이 아닌 게임에서 나오는 모든 일이 현실로 벌어지는 신비한 게임이었는데 다음 턴까지 정글에 갇힌다는 메시지에 따라 알렌은 게임 속으로 사라져 버리게 된다.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 알렌이 살던 집에 부모님을 여의고 이모와 함께 살게 된 주디와 피터 남매가 이사를 오게 된다. 낡고 오래되었을 뿐 굉장히 멋진 저택이 이렇게 오랜 시간 비워져있었던 것은 알렌의 갑작스러운 실종 때문이었다. 알렌의 부모님을 알렌을 찾기 위해 온 재산을 탕진해가며 아들을 찾았지만 결국 아들은 찾지 못한 채 사망하고 만다. 워낙 감쪽같이 알렌이 사라졌기 때문에 동네에서는 알렌의 부모가 알렌을 죽이고 몰래 암매장했을 것이라는 소문마저 있었다.
어느 날 집에 단 둘이 남게 된 주디와 피터는 예전에 알렌이 들었던 것과 같은 북소리를 듣게 된다. 그 소리를 쫓아서 간 다락방에는 쥬만지 게임이 있었고 주디와 피터는 쥬만지 게임을 시작하고만다. 게임을 시작하자 또다시 게임은 현실이 되었고 주디와 피터는 혼란에 빠진다. 다행히 주디는 굉장히 똑똑한 아이였기에 이 게임을 멈추는 것보다는 빨리 진행시켜 끝내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렇게 다시 한번 주사위를 굴리게 되었고 2 턴 동안 갇혀있어야 하는 벌칙에 걸려 게임 속으로 사라졌던 알렌이 성인이 된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알렌은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 것을 기뻐하며 부모님을 찾지만 게임 속에서 흐른 시간 만큼 똑같이 흘러버린 현실에서 부모님은 존재하지 않았다. 절망하고 있는 알렌에게 주디는 게임을 계속하여 끝내야 한다고 하지만 알렌은 듣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을 멈추지 않으면 점점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기에 알렌 역시 게임을 계속하려 하지만 아무리 주사위를 굴려도 게임 말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제야 알렌은 자신의 다음 순서가 사라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시 찾아간 사라는 돌아온 알렌을 보고 기절하게 되는데 알렌의 행방불명 이후 사라의 삶 역시 엉망이 되어 있었다. 게임 속으로 사라졌다는 사라의 말은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고 사라를 미친 사람 취급했다. 사라 역시 자신이 겪은 일을 믿을 수가 없었기에 끊임없이 그 기억을 잊으려 노력하며 살아왔는데 눈앞에 살아있는 알렌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결국 사라도 이 게임에 다시 참여하게 되는데 아마도 사라는 어린 주디와 피터가 자신처럼 힘든 삶을 살게 될 까봐 두려웠던 것 같다.
쥬만지를 외쳐라
알렌과 사라, 주디와 피터 4명이 참여하게 된 쥬만지 게임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게임이 계속 될 수록 온갖 동물들과 식물들로 인해 저택은 물론 동네까지 엉망이 되어간다. 사나운 원숭이 떼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위협하고 도로에는 차 대신 얼룩말이 무리지어 달려 다니게 된다. 동물들 뿐 아니라 기이한 식물들까지 현실로 불려 나오면서 생물처럼 움직이는 덩굴식물이 집안 곳곳을 부수기 시작하고 자동차까지 찌그러트리게 된다. 동물과 식물들, 그리고 폭우와 같은 자연현상 만으로도 버거울 지경인데 알렌이 갇혀 있던 정글에서부터 알렌을 위협하던 사냥꾼까지 현실로 나오면서 알렌과 사라, 주디와 피터는 계속해서 위협을 받는다. 사냥꾼은 알렌에게 어떤 피해를 입거나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게임의 캐릭터 중 하나로써 플레이어를 공격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집 안을 가득 채운 폭우와 사냥꾼의 총구 앞에 알렌은 마지막으로 주사위를 던지게 되고 한참을 굴러가던 주사위가 멈추자 게임판에는 메시지가 떠오른다.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냐는 사냥꾼의 말에 알렌은 입을 열었다. 쥬만지 !
모든 것은 그저 게임이었다
알렌의 쥬만지로 인해 끝나게 된 게임은 그동안 현실에 풀어져있던 모든 아이템들을 회수하기 시작한다. 커다란 회오리와 함께 온 동네를 위협하던 동물들과 식물들, 그리고 사냥꾼까지 다시 쥬만지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 엄청난 폭풍에 휘말리지 않으려 애쓰며 알렌과 사라는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알렌과 사라는 처음 게임을 했던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와 있었다. 쥬만지 게임을 시작했던 순간부터 끝냈었던 모든 순간이 그저 게임이었던 것이다. 렌과 사라는 기쁨의 포옹을 나누고 그때 마침 놓고 간 것이 있어 다시 집에 돌아온 아버지와 만나게 된다. 아버지에게 있어서 알렌은 방금 전 싸우고 나간 아들일 뿐이었지만 알렌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던 그리운 존재였다.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졌던 과거와는 달리 자신이 없어진 뒤 모든 재산과 건강을 버리면서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아버지였음을 알고 난 후였다. 아버지가 알렌에게 엄격하게 대했고 먼 곳의 기숙사 학교로 보내려 한 것도 모두 알렌을 너무 사랑하기에 했던 일이었다. 반갑게 아버지의 품에 안긴 알렌은 공장에서 벌어졌던 일은 자신의 실수였다는 것을 고백하고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기숙사에 가겠다고 한다. 아버지가 나를 위해 그러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전한다. 방금 전 까지는 아버지가 싫다 했던 아들이 잠시 나갔다 들어왔을 뿐인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감사와 사랑을 전하니 아버지는 당황스러우면서 많이 행복해한다. 알렌과 화해한 뒤 아버지는 예정대로 파티에 가기 위해 나가고 알렌과 사라는 또다시 자신들과 같은 일을 겪는 사람이 없기를 기원하며 쥬만지 게임을 단단히 봉인하여 강에 던진다.
그로부터 또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알렌과 사라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고 알렌의 부모님 역시 알렌의 곁에 계셨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한창이던 알렌의 저택에 한 가족이 들어오게 되고 그 모습을 본 사라는 얼른 알렌에게 전한다. 알렌과 사라의 앞에는 부모님의 손을 잡은 주디와 피터가 있었다. 주디와 피터의 기억 속에 알렌과 사라는 없었지만 알렌과 사라에게 있어서 주디와 피터는 자신들의 삶을 되돌려주고 더 나아지게 만들어준 은인이었다. 알렌은 주디와 피터의 부모님을 자신의 회사에 스카우트하고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한 것이었는데 언제부터 출근이 가능하겠냐는 알렌의 물음에 주디와 피터의 부모님은 여행을 다녀온 뒤에 출근하겠다고 한다. 두 아이의 부모님이 여행 중 사고로 돌아가시게 된다는 것을 아는 알렌과 사라는 극구 만류하며 아이들의 부모님에게 바로 출근해달라고 요청한다.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은 모두가 행복해지게 되는, 쥬만지는 마법 같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