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포스 원 (Air Force One, 1997)
감독 : 볼프강 피터젠
출연 : 해리슨 포드, 게리 올드만, 웬디 크로슨, 폴 가일포일, 윌리엄 H.머시 등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
해리슨 포드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된 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였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를 꼽으라는 나는 개인적으로 에어포스 원을 선택한다. 이 영화에서 해리슨 포드는 다수의 정의를 위한 의지도 굳건하여 주변 사람들의 신망을 얻은 것은 물론 가족에게까지 다정하고 따스한 그야말로 이상적인 정치인이자 가장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된다. 영화의 첫 시작은 러시아의 고관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대통령의 모습으로 시작하는데 러시아와 미국의 합동작전으로 체포하게 된 파시스트 독재자 라덱의 이야기를 하며 더이상의 인권유린과 폭력사태에 대해서 용납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다. 연설이 끝난 뒤 워싱턴으로 돌아가기 위해 에어포스 원에 탑승한 대통령은 정치인이라는 무겁고 딱딱한 모습이 아닌 그저 미식축구를 좋아하는 중년이 되어있다. 미식축구경기 녹화해 놨냐며 묻고 경기 결과는 내가 직접 볼 거라며 설레어하고, 결국 결과를 먼저 알아버린 뒤 잔뜩 실망하여 녹화영상을 틀어보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구나 하는 동질감마저 느껴진다.
대통령과 그 가족, 그리고 고위급 인사들이 가득한 에어포스 원은 몰래 잠입해있던 러시아 테러리스트들로 인해 아비규환이 된다. 만반의 준비와 계획으로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에어포스 원은 빠르게 점령당하고 그 와중에도 대통령을 먼저 탈출시키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족들의 안위를 묻던 대통령은 탈출한 척 꾸며내고 비행기 안에 남아있게 된다. 이미 대통령은 탈출을 했다 생각하고 있는 테러리스트들의 허를 찌르며 하나 둘 씩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해나가는 장면들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다. 이 영화의 장르가 공포나 미스테리가 아닌 이상 어찌어찌 잘하다가 결국엔 주인공이 이기겠지 라는 뻔한 결말을 가지고 있더라도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나오는 아슬아슬한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된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화물칸에 잠입하여 발견한 휴대폰으로 백악관과 통화연결을 시도할 때 전화 교환원에게 대통령이라고 하니 장난전화인 줄 알고 그럼 난 영부인이다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내 속이 다 갑갑했다. 영화 속 인물들과 함께 1분 1초를 초조해하다가 결국 백악관과 연결됐을 때의 통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또다시 적당한 긴장감과 초조함을 선사하다가 비행기의 고도를 낮춰 인질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팩스를 보냈을 때. 백악관에 도착한 저 팩스를 누구라도 좀 빨리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대통령은 남들의 도움을 받고 보호를 받는 대통령이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이 자국민을 보호하고, 본인의 손으로 직접 문제를 해결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인데도 나부터 살아야지 라는 생각도 하지 않고 내 가족을 구해내라며 주변 사람을 닥달하지도 않는다. 나보다는 국민들을 먼저,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 라는 마인드인데 영화이기에 가능한 일이지 실제로 이런 대통령이 있다면 한 나라의 대통령인데도 불구하고 책임감이 부족하고 대의를 위한 희생도 못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싶다.
에어포스 원의 명장면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두 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악역인 게리 올드만과 비행기 화물칸에서 결투를 벌이는 것인데 우여곡절 끝에 게리 올드만을 제압한 뒤 '내 비행기에서 내려'라는 말과 함께 게리 올드만을 비행기 밖으로 던지는 장면이다. 이때 게리 올드만에 목에 화물용 끈을 돌려 묶은 뒤에 던지는데 97년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리얼하게 표현되어 지금 보면서도 이 장면은 정말 잘 만들었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두번째, 이 장면을 위해 이 영화를 몇 번이나 재탕하게 되는 것인데 우여곡절 끝에 악당을 제압했지만 비행기가 심하게 훼손되어 탈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리버티24가 도착하고 영애부터 영부인의 순서로 탈출하다가 추락 위험으로 인해 이제 한 명 밖에 탈출하지 못하는 상황에 에어포스 원에는 대통령을 포함하여 3명이 남아있게 된다. 부기장은 기꺼이 대통령에게 탈출을 양보하지만 배신자였던 경호원의 총격으로 부기장이 사망하게 되고 경호원은 대통령마저 죽인 뒤 자신이 탈출하려 한다. 그렇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필사의 결투를 벌인 대통령은 무사히 탈출하게 되고 배신자는 추락하는 에어포스 원 안에서 절망하다가 바다로 처박히게 되는데 사실 이 장면은 97년도의 기술력의 한계 때문인지 지금 보면 너무나 어설프기만 하다. 탈출용 구명줄을 겨우 붙잡고 리버티 24에 매달린 채 비행하는 대통령과 그 상황을 전해 들은 백악관의 모습이 나오고 잠시 뒤 백악관에 전해지는 메시지. "지금부터 리버티 24는 에어포스 원입니다"
그래, 이 장면 하나를 보기 위해 항상 이 영화를 본다. 그냥 이 대사 하나로도 무사히 대통령을 구출했으며 안전하게 탑승했다는 의미이기에 다음 장면이 나오지 않아도 이미 감동이 밀려온다.
에어포스 원의 장르는 무엇인가
사실상 이 영화는 리얼리티를 표방한 완전한 판타지이다. 실제 현실을 잘 섞어내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게 하지만 분명한 건 현실에서 실현되기 힘든 판타지 장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몇 번이나 재탕하여 보게 되는 이유는 오락용 액션 영화로써 너무나 잘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이다. 캐릭터들의 특성과 매력을 잘 살려냈고 이해하기 쉽고 몰입도 높은 스토리 전개로 계속해서 흥미를 유발한다. 지치고 힘든 날, 과자 한 봉지와 맥주 한 캔을 들고 편안하게 보기에는 이만한 영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