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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방불패 : 홍콩 무협영화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Swordsman, 1992)

샤샤캣 2022. 7. 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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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불패 (Swordsman, 1992)

 

감독 : 정소동, 당계례

출연 : 이연걸, 임청하, 관지림, 이가흔 등

 

 

 

 

동방불패는 나의 첫 홍콩 무협 영화였다

 

날짜는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지만 동방불패를 처음 봤던 날의 느낌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명절 연휴였고 친척집의 할머니 방에 놓인 작은 TV로 봤었는데 그때에 TV에서 하던 명절 특선 영화가 동방불패였다. 내용도 제대로 모르면서 동방불패를 넋을 잃고 봤던 것은 화려한 영상 때문이었다. 그리고 임청하라는 배우가 어린 나에게도 너무 매력적이었기에 더욱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워낙에 홍콩영화와 무협영화를 좋아했던 아버지는 내가 동방불패를 보고 있는 것을 보고 함께 보면서 영화에 대해 설명주셨었다. 그때 아버지는 이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이 경공을 쓰며 날아다니는 것이 와이어를 쓴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날아다니는 것이고 피리로 뱀을 불러내는 장면 또한 진짜 피리로 불러낸 것이라고 하셨다. 아마 아버지는 나에게 장난을 친 것이었겠지만 어린 나는 그 말을 정말 곧이곧대로 믿었다. 나는 이 말을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믿고 있었다. 임청하와 이연걸은 실제로 경공을 쓰며 날아다닐 수 있다는 그 말을 말이다.

하지만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동방불패에 대한 나의 애정은 식지 않아다. 세월의 흐름으로 예전보다 더 영화를 접하기 쉬운 환경이 되면서 오히려 더 홍콩영화의 매력에 빠져들어 갔다. 그렇게 여러 홍콩영화들을 보고 열광했지만 영원토록 내 마음에 가장 최고로 남는 것은 당연히 동방불패이다.

 

 

 

 

동방불패 시리즈의 내용을 살펴보자

 

동방불패의 이름으로 1편과 2편이 있지만 사실 이 시리즈는 총 3편의 영화이다. 소오강호가 사실상 시리즈의 첫번째 내용이며 동방불패가 2편, 동방불패 2편이 시리즈의 마지막이 된다. 하지만 소오강호를 보지 않아도 동방불패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잘 만든 시리즈 영화일수록 이전 편을 보지 않아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져 있는데 바로 동방불패가 그러하다. 동방불패 1편의 내용은 동방불패와 영호충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원래 남자인 동방불패는 무림의 최강자가 되기 위해 규화보전을 익히게 되는데 이 규화보전에는 큰 문제가 있었다. 엄청난 신공을 가지게 되는 대신 신체가 점점 여자로 변하게 되는 것인데 그 때문에 동방불패는 여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강호를 떠돌고 있던 영호충은 우연히 동방불패와 만나게 되는데 동방불패의 정체를 모르고 있던 영호충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동방불패를 사랑하게 된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여자가 되어버린 동방불패 역시 영호충을 사랑하게 되지만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없었다.

영호충은 무림 전체의 적이 된 동방불패를 없애기 위해 동방불패를 만나러가게 되고 그제야 자신이 사랑한 사람이 동방불패임을 깨닫게 된다. 영호충은 동방불패를 공격하지만 차마 영호충을 공격할 수 없었던 동방불패는 영호충을 살려주며 자신은 죽음을 택한다. 여기까지가 1편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그리고 2편에서는 동방불패의 죽음 이후에 변화하게된 강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강호에는 가짜 동방불패들이 활개를 치며 동방불패의 이름으로 악행을 일삼게 된다. 명나라 조정의 관리 고장풍은 동방불패의 죽음을 확실시하여 가짜 동방불패들을 막을 생각으로 동방불패의 묘를 찾아 나선다. 그곳에서 기이한 노인을 만나게 되는데 동방불패의 묘를 지키고 있던 이 노인이 바로 정체를 숨긴 진짜 동방불패였다. 가짜 동방불패가 가득해진 강호의 상황을 알게 된 동방불패는 분개하며 직접 가짜 동방불패들을 처단하기로 한다.

자신의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강호의 참상에 분노한 동방불패는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진짜 동방불패를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짜 동방불패 행세를 하고 있던 설천심의 진심도 믿지 않았다. 폭주하게 된 동방불패를 막기 위해 동서양이 모두 합심하게 되지만 동방불패는 그들을 모두 제압하고 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설천심이 목숨을 잃게 되고 그제야 동방불패는 폭주를 멈추게 된다.

 

 

 

 

동방불패의 명장면

 

동방불패는 볼거리 가득한 명장면이 너무나 많다. 영호충과 동방불패가 처음 만나게 되는 장면도 좋고 피리로 뱀을 불러내는 장면도 멋지지만 1편에서의 가장 큰 명장면은 영화 후반부 전투 장면이다. 수를 놓고 있던 수틀의 실을 이용하여 공격하는 동방불패의 모습은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봐도 너무나 멋있다. 춤을 추는 듯한 동작으로 실을 움직이며 튕기고 당기는 모습이 아주 매력적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영호충을 살려주고 자신은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데, 이 때의 동방불패는 이미 완전한 여자가 되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영호충을 자신이 가질 수도 없고 다른 이에게 줄 수도 없던 동방불패는 영호충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기 위해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2편은 그야말로 임청하라는 배우에 대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명장면의 향연이다. 가짜 동방불패를 없애기 위해 기녀인 척을 하며 주사위를 흔드는 모습이 나오는데 청초하면서도 신비로운 매력이 압권이다. 그리고 폭주를 거듭하며 서양의 세력에게도 승리하자 동방불패는 말한다. 더 이상 동방불패가 아닌 동서방불패가 되었다고 말이다. 영화의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큰 명장면은 2편의 마지막에 나온다. 동방불패의 폭주로 설천심이 죽게 되자 설천심을 사랑했던 고장풍은 설천심의 주검을 동방불패에게 내어주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설천심의 진심을 뒤늦게 알게 된 동방불패는 온 힘을 다해 설천심을 빼앗는다. 싸늘한 설천심의 몸을 끌어안고 우리 다시 시작하자라고 하며 동방불패는 눈물을 흘린다. 1편의 동방불패가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변화를 보여줬다면 2편의 동방불패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그저 동방불패라는 한 사람을 오롯이 보여줬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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