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메어 시리즈 (A Nightmare On Elm Street)
나이트메어 (1984)
웨스 크레이븐 감독
나이트메어 : 프레디의 복수 (1985)
잭 숄더 감독
나이트메어 : 꿈의 전사 (1987)
척 러셀 감독
나이트메어 : 꿈의 지배자 (1988)
레니 할린 감독
나이트메어 : 꿈꾸는 아이들 (1989)
스티븐 홉킨스 감독
나이트메어 : 프레디 죽다 (1991)
레이첼 탈라레이 감독
나이트메어 : 뉴 나이트메어 (1994)
웨스 크레이븐 감독
엘름가의 덮친 나이트메어
공포영화 중에 가장 최고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나이트메어를 선택한다. 지금은 OTT 서비스도 발달되어 있고 극장도 많아졌지만 예전에는 OTT 서비스는커녕 극장도 번화가에만 있는 귀한 곳이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비디오 대여점이 성행했었는데 비디오 대여점에 갈 때마다 기웃댔던 것이 바로 공포영화 코너였다. 1편부터 7편까지 있는 영화인 것을 모르고 최신작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빌려왔던 것이 7편인 뉴 나이트메어였는데 처음 봤을 때의 그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후 내가 봤던 것이 시리즈의 가장 마지막임을 알게 되었고 다시 1편부터 찾아보기 시작하다가 결국엔 비디오까지 모두 모았을 정도로 나이트메어 시리즈를 좋아했다.
영화는 엘름가를 배경으로 그곳에 사는 아이들의 꿈에 프레디 크루거가 등장하며 시작한다. 현실에 존재하진 않지만 잠이 들면 꿈속으로 찾아오는 프레디는 꿈속에서 아이들을 쫓는다. 그렇게 꿈속에서 프레디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면 현실에서도 똑같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프레디가 꿈속에서 자신들을 해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잠에 들지 않으려 애쓰게 된다. 잠에 들지 않으면 프레디를 만나지 않지만 피로에 지친 아이들이 결국 잠깐이라도 잠이 들게 되면 프레디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아이들에게 해를 끼쳤다. 아이들의 꿈을 정복하고 제 멋대로 조정하는 프레디는 아이들에게 가장 행복한 꿈을 보여준다. 그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꿈 속의 행복에 빠져 일어나지 못하게 되고 이때 프레디는 행복한 꿈을 악몽으로 바꿔버린다.
시리즈의 1편에서 가장 명장면으로 꼽히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조니뎁이다. 지금처럼 유명한 배우가 아닌 젊은 시절의 조니 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침대에 누워 잠이 들자 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믹서기에 갈리듯이 죽음을 맞이하는데 이때 침대 위로 솟구쳐 오르는 피바다 효과는 지금 봐도 놀랍기만 하다. 너무나 리얼하게 표현된 장면이라 어떻게 찍은 건지 궁금해서 찾아봤었는데 촬영한 방식이 아주 재미있다. 당시에는 CG 기술이 없었기에 정말 실제로 만들어낼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방법은 천장에 침대를 고정하고 그 안에서 피처럼 만든 액체를 아래로 쏟아붓는 것이었다. 이렇게 촬영한 뒤 필름을 180도로 돌려서 마치 아래에서 위로 솟구쳐 오르는 장면을 연출해냈다. 1980년의 영화가 이토록 오랫동안 명작이 된 이유는 감독의 이런 상상력 덕분이었다고 생각된다. 나이트메어 시리즈는 항상 그 끝에 아이들이 프레디를 없애는 것으로 끝나게 되는데 속편을 거듭하며 프레디는 계속해서 다시 살아나게 된다. 그것은 프레디가 현실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꿈속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순간의 악몽을 사라지게 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악몽을 꾸게 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다가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다시 나타나는 프레디는 새로운 엘름가의 아이들의 꿈에 계속해서 나타나게 된다.
나이트메어가 궁금했던 감독들
시리즈가 속편을 거듭하게 되자 사람들은 도대체 프레디 크루거가 누구인가를 궁금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실존했던 것인지, 아니면 만들어진 것인지, 만들어졌다면 왜 만들어졌는지 같은 것들이 말이다. 그리고 영화는 너무나 친절하게도 거듭되는 속편에서 프레디 크루거의 정체에 대해 만들어나가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이트메어 시리즈는 프레디 크루거로 인한 악몽을 보여주는 것에서 프레디 크루거라는 인물 자체에 초점을 맞춰가게 된다. 엘름가 아이들의 악몽에서 프레디가 보여주는 모습이 아니라 프레디 크루거의 정체에 대해 파헤치게 되며 영화는 점점 난잡해져 간다.
시리즈가 거듭할 수록 영화는 나이트메어가 아니라 프레디 크루거라는 캐릭터에 대한 팬 무비가 되어간다. 그 이유는 1편 이후에 나오는 속편들이 모두 다른 감독이기 때문이었다. 감독들은 각자의 생각과 창작을 더해 프레디 크루거라는 인물에 살을 붙여 갔다. 프레디 크루거의 악랄함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프레디 크루거의 엄마까지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수녀였던 프레디 크루거의 어머니가 교도소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그곳에 갇히게 되는데 흉악한 범죄자들에게 험한 일을 당하게 되어 낳게 된 것이 프레디 크루거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프레디 크루거는 살인마가 되고 그 살인마가 현실에서 죽은 뒤 아이들의 꿈속에 나타나는 악령 프레디 크루거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프레디가 실존했었다는 설정이 추가되며 프레디는 이제 꿈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현실까지도 침범하는 존재까지 되어간다. 각기 다른 감독의 손에 시리즈가 제작되며 억지 설정이 계속해서 붙어나가자 그야말로 영화는 난잡함의 극치가 된다. 덕분에 나이트메어 시리즈는 1편을 제외하고는 큰 흥행을 하지 못한 채 팬들에게도 점점 외면당하기 시작한다.
웨스크레이븐 감독이 돌아온 이유
자신이 만들어 낸 캐릭터가 점점 조롱거리로 전락하게 되자 나이트메어를 만들어낸 최초의 감독 웨스 크레이븐은 이 모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다시 한번 나이트메어 시리즈로 돌아오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7편인 뉴 나이트메어이다. 웨스 크레이븐 감독은 기발한 방법으로 1편을 제외한 모든 시리즈를 그저 픽션이었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1편의 주인공이었던 배우들을 똑같이 섭외하고 실제 배우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여 영화 속의 영화라는 설정을 만들어 낸 것이다. 나이트메어 1편의 주인공들이었던 배우들에게 영화 속에 존재하는 프레디가 실제로 나타나게 되는 내용인데 프레디가 나타나게 된 이유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다 보니 가상의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실체가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현실의 사람들이 영화 속의 존재를 처치하고 프레디는 가상의 캐릭터라는 것을 부각시키며 웨스 크레이븐 감독은 나이트메어 시리즈를 끝냈다. 프레디 크루거를 그저 영화 속에 나오는 철저한 가상의 인물로 규정을 지으면서 더 이상의 속편 제작을 막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감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이트메어는 이 후에 또다시 제작되는 참사를 맞이한다. 프레디 vs 제이슨과 나이트메어 2010인데 이 두 영화는 차마 언급해야 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 이런 혹평속에서도 나이트메어 시리즈가 계속 제작이 되는 것을 보면 이 영화가 만들어낸 프레디 크루거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